AI 붐, 지금 자산 버블 사이클의 어디쯤 와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AI가 세상을 다 바꿀 것”이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동시에 “이거, 닷컴 버블 재림 아니야?”라는 불안도 같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 자산 버블들의 데이터를 한 화면에 놓고 비교한 뒤, 2025년 AI·빅테크 국면이 그 사이클에서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봅니다.


1. 먼저 큰 그림: 역사적 버블과 AI 붐, 한눈에 보기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요약표부터 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과거 대표적인 버블들과 현재 AI·빅테크 국면을 같은 프레임(가격·밸류에이션·레버리지·실물투자)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이 표를 먼저 본 뒤, 각 사례를 하나씩 읽어 나가면 전체 구조를 이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구분시기대표 자산/지수고점까지 가격 배율(대략)밸류에이션 특징신용·레버리지 특징실물 투자·구조 포인트
미국 주식1920년대 후반S&P 500(역사 재구성)수 년간 수 배 상승Shiller CAPE가 장기 평균 크게 상회브로커 마진 대출 증가, 레버리지 매수 확산제조·소비 급팽창, ‘신시대’ 낙관론
일본 자산1986~1991년니케이225·도쿄 상업용지주식·부동산 동시 급등주식 PER·PBR 고평가, 토지 시가총액 과장기업·부동산 레버리지 확대, 은행 대출 과열토지·빌딩 투자 붐, 대형 개발 프로젝트
닷컴 버블1995~2000년나스닥 종합1995년 대비 약 7배 상승 후 –70~80% 조정이익 없는 기업에 초고PER, 매출·트래픽 기준VC 투자·IPO 급증, 스톡옵션 광범위통신망·서버·IT 인프라 투자 확대
미국 주택2002~2006년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실질 기준 집값 수십 % 상승임대수익 대비 고평가, “집은 안 떨어진다” 내러티브서브프라임·MBS·CDO 등 금융공학+가계 레버리지주택착공·건설업 호황, 건설고용 급증
한국 코스닥1999~2000년코스닥 종합·IT 지수단기간 수 배 상승 후 급락실적 없는 테마주의 고평가개인·벤처 중심 투기적 수요, 미성숙 시장구조벤처 상장 붐, IT·벤처 펀드 급증
크립토2017·2021년비트코인·알트코인 시총1년 내 수 배~수십 배 상승전통 밸류 지표 부재, 내러티브 중심레버리지·선물·디파이, 파생상품 확산채굴장·거래소·프로토콜 개발 붐
AI·빅테크2023~현재S&P 500·M7·엔비디아최근 수 년간 강한 랠리Shiller CAPE가 40배 안팎, 빅테크 고PER·고PSR가계보다는 기업·인프라 중심 투자·회사채 발행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 CapEx 집중, ‘AI 인프라 사이클’
[표 1] 주요 자산 버블 비교 – 가격·밸류에이션·레버리지·실물투자

※ 위 표의 수치는 방향성 위주의 정리이며, 구체적인 지표·배율은 각 섹션에서 보다 자세히 다룹니다.
※ 데이터 출처: Robert Shiller 장기 주가 데이터, BIS 신용통계, FRED·각국 통계청·리서치 리포트, DailyFinLab 자체 정리(2025.11 기준).


2. 버블을 보는 네 가지 축 – 프레임부터 맞추기

버블을 논할 때 감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수치로 반복 패턴을 찾기 위한 틀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 네 가지 축으로 모든 사례를 공통 분석합니다.

2.1 가격(Price) – 몇 배나 올랐고, 얼마나 빨리 떨어졌나?

핵심 질문은 “정상 구간 대비 몇 배까지 상승했는가? 그리고 이후 하락 폭은 어느 정도였는가?”입니다. 이를 보기 위해 각 버블에서 대표 지수·자산을 하나씩 잡습니다.

  • 나스닥 지수(닷컴)
  • 니케이225·도쿄 상업용지(일본)
  • 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미국 주택)
  • 코스닥 지수(한국 벤처)
  • 비트코인 가격·글로벌 크립토 시총(암호화폐)

시각화할 때는 정상시기=1로 정규화해 정점까지의 배율을 비교하면, 각 자산의 과열 정도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2 밸류에이션(Valuation) – 이익·현금흐름 대비 어느 정도였나?

두 번째 축은 “이익·현금흐름 기준으로 봤을 때 얼마나 비쌌는가?”입니다.

  • PER, PBR, PSR(매출 대비 시가총액)
  • Shiller CAPE(실질 이익 10년 평균 대비 가격)

예를 들어 S&P 500의 Shiller CAPE는 장기 평균이 대략 16배 수준인데, 2000년 닷컴 정점에서는 40배를 상회했고, 2025년 현재도 40배 안팎으로 역사적 고점대에 근접해 있습니다. 이는 “지금이 싸다”고 부르기는 어려운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2.3 신용·레버리지(Credit & Leverage) – 누가 빚을 내서 이 자산을 샀는가?

세 번째 축은 “버블을 떠받치고 있는 돈이 누구의 빚인지”를 보는 관점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credit-to-GDP gap은 민간신용/GDP에서 장기 추세를 뺀 값으로, 위기 이전 신용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 지표입니다.

2000년대 미국 주택, 1980년대 일본 자산,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 한국 가계부채 등은 위기·조정 이전에 신용갭이 큰 폭의 양(+) 값을 기록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2.4 실물 투자·CapEx – 돈이 어디에 깔리고 있나?

마지막 축은 “이 버블이 실물세계에서 어떤 투자 부문에 돈을 쏟아붓게 했는가?”입니다.

  • 일본: 토지·빌딩·설비 투자
  • 미국 주택: 신규 주택 착공·건설업·인테리어
  • 닷컴: 통신망·서버·1세대 데이터센터
  • 크립토: 채굴장·거래소·프로토콜 개발
  • AI: 데이터센터·전력망·반도체(GPU)·클라우드 인프라

이 네 축을 고정해두면, 이제 각 버블을 같은 눈금 위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3. 과거 버블 사례 ① – 1929년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과 레버리지의 교훈

1920년대 미국은 전기·자동차·전화·라디오가 확산되던 시기였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도시화와 소비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경제는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마진 거래(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가 보편화되며 지수는 수 년간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1929년 붕괴 이후, 이 낙관은 “대공황”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됩니다.

3.1 밸류에이션 – Shiller CAPE의 고평가 구간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가 재구성한 장기 주가·이익 데이터에 따르면, 1920년대 후반 S&P 500의 CAPE는 장기 평균(약 16배)를 크게 웃도는 고평가 구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CAPE가 높다는 것은 “내일 폭락한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앞으로 10~20년 동안의 실질 주식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점은, 고평가 구간이 꽤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어느 시점에 급락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3.2 레버리지 – 브로커 마진 대출의 폭발

당시 투자자들은 자기 자본보다 큰 규모의 주식을 마진으로 보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어치 주식을 사기 위해 1만~2만 달러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브로커 대출로 메우는 식입니다.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레버리지가 수익률을 극대화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강제 청산(마진 콜)을 부르며 매도 압력을 키우게 됩니다. 1929년 10월 연속적인 폭락은 이런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3.3 교훈 – 비싼 가격 + 레버리지의 조합

1929년 사례가 주는 핵심 교훈은 단순합니다.

  •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대이고,
  •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때,

작은 충격도 시스템 전체의 큰 조정을 부를 수 있습니다. AI·빅테크 사이클을 볼 때도, “밸류에이션이 비싼 구간에서 레버리지가 어디에 쌓여 있는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과거 버블 사례 ② – 1980년대 일본: 주식과 부동산의 더블 버블

1980년대 후반 일본 자산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게 비싸졌다”입니다. 니케이225 지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급등해 1989년 말 약 3만 9천pt에 도달했고, 도쿄·오사카 주요 상업지 토지 가격은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4.1 밸류에이션 – PER·PBR, 그리고 토지의 ‘상상력’

대형 은행·보험·부동산·제조업의 PER·PBR은 역사적으로 보기 힘든 고평가 구간에 도달했습니다. 토지의 경우는 더 심각했습니다. 임대수익·실제 개발 가능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가격이 “위치 프리미엄”과 “장기 보유 가치”라는 이야기로 정당화되었습니다.

4.2 레버리지 – 기업·부동산·은행의 삼각구조

일본 버블의 특징은 가계보다 기업·부동산·은행이 레버리지의 중심이었다는 점입니다.

  • 기업: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토지를 매입하거나 사업을 확장
  • 부동산 회사: 대규모 개발·매입을 반복하며 레버리지 확대
  • 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과 담보 가치 상승에 크게 의존

BIS 신용갭 데이터를 보면,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민간신용/GDP 비율은 장기 추세를 상당 폭 웃돌며 전형적인 “버블 전 과열” 패턴을 보여줍니다.

4.3 결과 – 잃어버린 10년, 버블이 남긴 긴 그림자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은

  • 주식·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장기간 박스권 또는 하락 구간에 머물고,
  • 기업과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가 오랫동안 이어지며,

“잃어버린 10년” 이상의 경기 부진을 겪었습니다. 이 사례는 AI 인프라 버블을 논할 때 특히 중요합니다. 기업·인프라 중심의 레버리지라는 점에서, 현재 데이터센터·전력·반도체 투자와 구조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5. 과거 버블 사례 ③ – 닷컴 버블: 스토리와 트래픽에 가격이 붙던 시기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보급과 함께, 나스닥 시장에는 “닷컴”으로 끝나는 수많은 기업이 상장되었습니다. 지수는 1995년 중반 700pt 안팎에서 출발해 2000년에는 5,000pt를 넘어 약 7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후 2002년 저점까지 70~80% 하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습니다.

5.1 밸류에이션 – 이익이 없어도 상장, ‘눈높이를 너무 앞당긴’ 성장 스토리

닷컴 버블의 상징적인 특징은 “이익은 적자지만 시가총액은 수조 원”인 기업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 밸류에이션 기준이 매출 성장률, 사이트 방문자 수, 페이지뷰, 가입자 수 등으로 이동했고,
  • “언젠가 네트워크 효과로 독점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내러티브가 밸류에이션을 떠받쳤습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이 시기 나스닥 PER는 100배를 넘어가는 구간도 관측되었습니다.

5.2 자금의 흐름 – VC·IPO 시장의 과열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급증하면서 적자를 내는 초기 단계 기업에도 대규모 자금이 배정되었습니다. 상장 요건이 비교적 느슨했던 나스닥에는 사업 모델이 불투명한 기업들까지 줄줄이 상장했고, 상장 직후 몇 배씩 오르는 ‘따상’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5.3 결과 – 기술은 살아남고, 종목은 대부분 사라진다

버블 붕괴 이후 수많은 닷컴 기업이 파산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사라졌지만, 아마존·eBay·구글(당시 비상장) 같은 기업은 이후 인터넷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이 패턴은 AI에서도 중요합니다. 기술은 구조적으로 살아남지만, 현재 상장된 종목 중에서 누가 진짜 승자인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6. 과거 버블 사례 ④ – 미국 주택 버블: 가계 레버리지의 정점

200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는 “집값은 장기적으로 항상 오른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2002년 이후 실질 주택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주택 소유가 가장 확실한 부의 축적 수단처럼 보이던 시기입니다.

6.1 신용·레버리지 –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금융공학

이 버블의 핵심은 가계 레버리지 + 금융공학입니다.

  • 소득·신용이 부족한 차주에게도 쉽게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 이 대출들을 다시 묶어 MBS·CDO 같은 구조화 채권으로 만들어 전 세계 투자자에게 판매했습니다.

BIS 신용갭으로 보면, 위기 전 미국의 민간신용/GDP 비율은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도는 양(+) 갭을 보이며 신용 과열 경고를 반복했습니다.

6.2 결과 – 집값 하락 → 담보가치 붕괴 → 금융시스템 위기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자,

  1. 담보가치가 줄어들고,
  2. 대출 상환 불능이 늘어나고,
  3. 해당 대출을 기반으로 한 증권(MBS·CDO)의 가치가 급락하며,
  4.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실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가계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한 자산 버블이 시스템 전체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7. 과거 버블 사례 ⑤ – 한국 코스닥·크립토: 짧은 호흡, 반복되는 과열

7.1 코스닥 1999~2000 – 벤처·IT의 열광과 급락

한국에서는 1999~2000년 코스닥 시장이 미국 닷컴과 거의 동시에 과열되었습니다. IT·벤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되면서 “벤처 신화”“테마주 광풍”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코스닥 지수는 단기간에 몇 배씩 오르다가 2000년 이후 크게 되돌림을 겪었습니다.

투자 주체는 개인 비중이 높았고, 상장 요건·공시 시스템이 미성숙해 정보 비대칭이 매우 큰 시장이었습니다. “미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가 가격을 이끌다가, 신뢰가 꺾이자 빠르게 유동성이 마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7.2 크립토 버블 – 2017·2021년의 두 번의 파동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2017년과 2021년 두 번의 큰 파동을 겪었습니다.

  • 2017년: 비트코인이 1년 새 10배 이상 오르며 ICO·알트코인 열풍, 2018년 큰 폭 조정
  • 2021년: 비트코인이 6만 달러 후반까지 상승, 디파이·NFT·메타버스 토큰 과열, 시총 3조 달러 근접 후 조정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지표가 거의 없고,
  • 파생상품·레버리지·선물이 빠르게 붙으면서,
  • 가격 자체가 마케팅이 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규제·제도적으로 유연한 시장일수록 이런 “짧고 굵은 버블”이 반복되기 쉽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8. 현재 AI·빅테크 국면 – 과거와 겹치는 지점, 다른 지점

이제 질문의 핵심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AI 산업은 언젠가 버블로 가라앉을까? 그렇다면 지금은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

AI 버블은 현재 어느 시점에 와있을까?
AI 버블은 현재 어느 시점에 와있을까?

8.1 밸류에이션 – Shiller CAPE 40배, 역사적 고평가 구간

S&P 500의 Shiller CAPE는 2025년 기준 40배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 장기 평균(16배 안팎)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
  • 1929년, 2000년 닷컴 고점, 2021년 코로나 이후 테크 랠리와 비슷한 역사적 고평가 구간

즉, 시장 전체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 싸다”라고 부르기 어렵고, “장기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간에 들어와 있다”고 보는 것이 보수적인 해석에 가깝습니다.

8.2 레버리지 – 가계보다는 기업·인프라 쪽이 뜨거운 사이클

AI 사이클에서 “누가 빚을 내고 있는가?”를 보면, 과거 미국 주택 버블과 구조가 다릅니다.

  • 가계: 한국·미국 등 여러 나라의 가계부채/GDP는 여전히 높지만, AI 붐이 가계 대출을 직접 자극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 기업·인프라: 데이터센터, 통신사, 전력회사, 클라우드 사업자, 반도체 기업들이 CapEx를 공격적으로 늘리기 위해 회사채·대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이클의 레버리지 중심은 “집을 사는 가계”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짓는 기업·국가”에 더 가깝습니다. 버블이 꺼질 때 금융위기 형태보다는 기업 실적·CapEx 조정, 특정 장비·부품 업종의 사이클 붕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8.3 실물 투자 –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의 과열 조짐

실물 투자 축에서 보면 AI 사이클은 이미 꽤 뜨거운 국면에 들어와 있습니다.

  •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연 수천억 달러 수준으로 커졌고, 2030년 전후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 전력 수요 측면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며 일부 국가는 전력망·요금·에너지 정책을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설비 투자, 2000년대 미국의 주택 착공 붐과 구조적으로 닮은 흐름입니다. “성장 산업”에 대한 신뢰가 강할수록 실물 투자는 과감해지고, 어느 순간 수익성·수요가 기대를 밑돌면 CapEx가 급감하며 산업 전체 조정이 오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8.4 가격·스토리 – “이번엔 다르다” vs “역시 버블”

AI 관련 내러티브를 정리해 보면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이번에는 다르다”
    닷컴 때와 달리 클라우드·광고·구독 등에서 이미 현금흐름이 튼튼한 빅테크가 AI를 추진하고 있고, 생산성 향상·자동화 수요가 구조적으로 크기 때문에 “지금 밸류에이션이 다소 비싸더라도 장기적으로 정당화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2. “역시 버블”
    Shiller CAPE, 빅테크 시가총액 집중도, 데이터센터·반도체 CapEx 계획 등을 보면 역사적 버블 구간과 유사한 신호가 너무 많다는 경계론입니다. 특히 “모든 산업이 AI로 재편될 것”이라는 표현은 과거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닷컴 시기의 수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현 시점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밸류에이션과 투자 규모를 보면 이미 사이클 후반부로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 다만, 정확히 어느 날짜가 정점일지,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9. 투자자 관점 정리 – “지금 우리는 어디쯤?”과 체크리스트

과거 버블들을 종합해 보면 “버블이냐 아니냐”를 이분법으로 보기보다는 “사이클 안에서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를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합니다.

AI 버블이라면 향후에 희망이 보일까?
AI 버블이라면 향후에 희망이 보일까?

9.1 단계별로 보면 지금은 어디쯤?

  1. 초기 단계 – 기술·산업이 막 태동하고, 시장 규모는 작지만 기대가 커지는 구간
  2. 중간 단계 – 매출·이익이 빠르게 성장하고, 투자자의 눈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구간
  3. 후반 단계 – CapEx·M&A·마케팅이 과열되고, “모든 게 이쪽으로 간다”는 표현이 넘치는 구간
  4. 조정 단계 – 성장률이 조금만 둔화돼도 밸류에이션이 크게 압축되는 구간

현재 AI·빅테크는 매출·이익이 실제로 따라오고 있지만, CapEx와 밸류에이션, 빅테크 집중도가 역사적 고점을 향해 가는 모습입니다. 즉, “장기적으로 유망한 기술이지만, 투자 사이클로 보면 이미 중후반~후반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수적인 판단에 가깝습니다.

9.2 개인 투자자 체크리스트

  • 밸류에이션
    보유한 AI·테크 종목·ETF의 PER·PSR이 해당 업종의 장기 평균 대비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 보세요. 고평가 구간에서 새로 들어가고 있는지, 이미 들어와 있던 포지션을 관리하는 단계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레버리지
    포트폴리오에 신용거래, 레버리지 ETF(2배·3배형), 옵션·파생상품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버블 후반부일수록 레버리지 포지션이 먼저 무너진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집중도
    S&P 500에서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엔비디아·테슬라)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나의 포트폴리오가 이들 종목 또는 AI 관련 소수 종목에 더 과도하게 치우쳐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 시간축
    AI가 실제로 산업 전체를 바꾸는 데는 십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의 투자가 단기(1~2년) 성과를 노리는 것인지, 장기(10년 이상) 혁신에 베팅하는 것인지 시간축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심리
    주변에서 “이건 무조건 간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을 자주 듣기 시작했다면, 일본·닷컴·크립토 버블 후반부에서도 똑같은 표현이 나왔다는 사실을 한 번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10. 맺음말 – “버블일 수도 있지만, 버블만은 아니다”

AI는 분명히 장기적인 기술·산업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경제의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은 기술입니다.

동시에, 밸류에이션·빅테크 집중도·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인프라에 쏟아지는 CapEx를 보면 과거 버블 후기 국면에서 봤던 신호들이 하나둘씩 겹쳐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인정할 때,

  • “AI니까 무조건 오른다”는 막연한 낙관도,
  • “버블이니 절대 투자하지 말자”는 단순한 비관도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포지션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앞으로는 이 글에서 제시한 프레임 위에 실제 지표(Shiller CAPE, 가계부채/GDP, 데이터센터 CapEx 등)를 수치로 채운 표와 그래프를 더해, “지금 AI 사이클이 과거 어느 구간과 가장 닮았는지”를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1.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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