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 쓰는 게 겁난다”는 말이 일상 대화에서 자주 들립니다. 하지만 정작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 이후 한국의 온라인 소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소비의 구조적 변화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단순히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는가”를 데이터로 읽어보면, 불황기에도 멈추지 않는 소비의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온라인 거래액의 추세 (2020~2025년)
먼저, 지난 5년간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 추이를 보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뒤, 2023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 초반 온라인 거래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전환, 배송 인프라의 고도화, 그리고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에는 팬데믹 특수가 사라지면서 성장률이 20%대에서 6~8%대로 내려왔습니다. 그럼에도 거래액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절대적 경기 불황”이 아니라 “소비 채널의 전환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소비라도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는 소비 위축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 변화’에 가깝습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CSI)를 보면 2024년 평균 98 수준으로, 소비 심리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거래액이 증가한다는 건, ‘지출 총액’이 아닌 ‘지출 경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적으로도 이는 ‘소비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로 설명됩니다. 소비자는 경기 악화 시 전체 소비를 줄이기보다, 더 효율적인 소비 수단을 선택합니다. 즉, 가격 비교·할인·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온라인이 ‘절약형 소비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2. 품목별 변화: 식료품·생활 ↑, 가전·가구 ↓, 패션 회복세
전체 거래액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든 품목이 고르게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 패턴은 매우 명확히 ‘생활 밀착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식료품·생활용품 부문은 온라인 소비를 이끄는 핵심 카테고리로 자리잡았습니다. 쿠팡·네이버쇼핑·SSG닷컴 등이 ‘새벽배송’과 ‘정기배송’ 경쟁을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마트 대신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했습니다.
반면 가전·가구 부문은 전형적인 불황형 감소 품목입니다. 고가·비필수품 특성상 경기 둔화기에는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가전소비가 완전히 줄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형가전’, ‘홈카페’, ‘1인용 가구’ 등 세분화된 영역에서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패션·미용 부문은 2023년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소확행’ 소비와 관련이 깊습니다. 고가 소비 대신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즐기며,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자기보상 소비’가 늘어난 것입니다. SNS 트렌드, 인플루언서 쇼핑, 라이브커머스 확산 등이 이 회복을 견인했습니다.
결국 품목별 변화는 경제적 여건보다도 ‘정서적 필요’와 ‘소비 심리’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줄이되, 만족은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3. 모바일 비중의 절대적 지배력
소비 채널 변화의 핵심은 단연 ‘모바일화’입니다. 2020년 68%였던 모바일 거래 비중은 2025년 현재 80%를 돌파했습니다.

모바일의 비중 확대는 단순한 기술 발전의 결과가 아닙니다. 소비자 행동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 구매 결정이 ‘정보 탐색 → 리뷰 → 즉시 결제’의 단일 경로로 단축
- 알림·추천·쿠폰 등 개인화된 마케팅이 구매 전환을 유도
- 라이브커머스, 숏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감성 소비를 자극
- 심야 쇼핑·즉시배송·당일픽업 등 ‘즉각적 만족’ 강화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소비의 시간 구조(Time Pattern)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직장인·육아세대의 주 소비 시간대가 오후 8~11시로 집중되면서, 밤 시간대 매출이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야간 소비 구조’가 등장했습니다.
또한 AI 추천 알고리즘이 모바일 소비를 더욱 고도화시키고 있습니다. 네이버·쿠팡·무신사 등은 AI를 통해 ‘구매 이력+검색 패턴+클릭 타임라인’을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형 상품 노출을 제공합니다. 이는 소비자가 ‘생각하기 전에 구매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4. 불황 체감 vs 데이터의 괴리
많은 사람이 “요즘 돈 쓰기 무섭다”고 말하지만, 데이터는 ‘소비 유지’를 보여줍니다. 이 불일치는 왜 생길까요?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는 2025년 상반기 기준 97 수준으로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약 6% 증가했습니다. 즉, ‘불황 체감’과 ‘지출 데이터’ 사이에 괴리가 존재합니다.
이 현상은 다음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① 소비 구조의 재배분
불황기 소비자는 전체 지출을 줄이기보다, 지출의 구성을 바꿉니다. 외식·여행은 줄이고, 식료품·간편식·생활소비는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립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거래는 감소하지만, 온라인 거래는 유지됩니다.
② 온라인 프로모션·구독경제 확산
온라인 플랫폼은 경기침체기일수록 할인과 쿠폰 전략을 강화합니다. 구독형 멤버십(쿠팡 와우, 네이버플러스 등)은 소비자 락인(Lock-in) 효과를 높이며 지출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③ 심리적 보상소비의 일상화
‘힘들수록 작은 행복을 산다’는 심리가 작동합니다. 이는 1~2만 원대 소액 구매를 유지하게 만들며, 통계상 거래건수 증가로 이어집니다. 경제적으론 절약하지만, 심리적으론 “포기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온라인 소비는 불황의 피해자가 아니라 불황의 대체재입니다. 불황일수록 효율적 채널로 돈이 모이는 구조인 것이죠.
5. AI·데이터가 바꾼 소비의 형태
2020년대 중반의 소비는 ‘데이터 기반 개인화 소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AI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예측하고, 데이터가 소비 행동을 형성하는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알고리즘은 구매 전환율이 높은 시간대·기기·상품을 자동으로 분석해 노출 우선순위를 조정합니다. 소비자는 “찾는 것이 아니라 추천받는” 환경 속에 있습니다.
또한, 2024년 온라인 거래 중 25%가 ‘개인 맞춤 추천’을 통한 구매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는 단순 판매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예측형 소비’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소비자는 과거의 선택이 미래의 소비를 결정짓는 구조 안에 있습니다. 그만큼 AI와 데이터는 단순 도구를 넘어, 소비 경제의 새로운 통화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6. 불황 속 온라인 소비의 ‘심리적 전략’
불황기 소비를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심리입니다. 경제학자 캐슬린 두란(Kathleen Doran)은 이를 “Coping Consumption”, 즉 감정 조절 소비라 부릅니다. 이는 소비자가 경제적 불안 속에서도 작은 소비를 통해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행동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쇼핑은 이러한 심리적 소비 패턴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 ‘배송 알림’이 주는 즉각적 만족감
- 할인 쿠폰 사용 시 느껴지는 합리성·보상감
- 리뷰·별점 등 사회적 승인효과(Social Proof)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면, 소비는 단순 지출이 아닌 ‘감정적 안정 장치’가 됩니다. 따라서 불황 속에서도 온라인 거래액은 꾸준히 유지될 수 있습니다.
7. 향후 관전 포인트
하반기 이후 주목할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 ① AI 가격비교 및 자동 구매 추천 — 플랫폼이 사용자의 구매패턴을 실시간 분석해, ‘다음 구매 시기’를 예측하고 쿠폰을 자동 발급하는 기능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② 오프라인-온라인 경계 해체 — 무인매장·픽업스토어·QR결제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출도 결국 온라인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 ③ ESG 기반 소비 — 친환경 포장·재활용 배송이 소비 선택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윤리적 소비’ 플랫폼도 확산될 전망입니다.
- ④ 경기 회복 시 소비 분화 — CSI가 100을 넘어서면 고관여 품목(가전, 패션)의 반등 가능성.
소비는 멈추지 않았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
‘불황’은 더 이상 소비 위축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2025년의 데이터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하게 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꾸준한 성장은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소비 구조의 진화 때문입니다. AI·모바일·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이 결합되며, 소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경험’이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 불황 속 소비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
- 온라인은 효율·편의·보상심리를 모두 충족하는 ‘3합 채널’이다.
- AI는 소비자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한 거래액이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심리·데이터 흐름’을 어떻게 읽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DailyFinLab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데이터로 돈의 흐름을 읽는 실험을 이어갈 것입니다.
출처
-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
-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SI)」
- DailyFinLab 자체 정리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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