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핵심 설계 중 하나가 바로 반감기(Halving)입니다. 이는 블록 보상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조로, 신규 발행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복되어 왔고, 실제로 과거 세 번의 비트코인 반감기마다 시장의 큰 변곡점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2024년 4차 반감기 이후의 흐름은 조금 다릅니다. 공급 축만이 아니라, ETF 유입·채굴 수익 구조·수수료 시장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흐름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2~2024년까지의 4차례 반감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채굴·ETF 유입 흐름을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반감기는 정말 비트코인의 가격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데이터로 해석해 봅니다.
1. 비트코인 반감기 — 왜 4년에 한 번, 가격에 영향을 줄까?
비트코인은 210,000블록마다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프로토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균 블록 생성 시간은 약 10분이므로, 이 주기는 대략 4년 정도의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이 제도적 공급 감소는 법정화폐의 통화정책과 달리 ‘예정된 인플레이션 축소’라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반감기가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의 일일 신규 발행량은 다음과 같이 줄어듭니다.
| 에포크 | 날짜(UTC) | 보상(BTC) | 일일 신규 발행량 | 누적 공급 대비 인플레이션율 |
|---|---|---|---|---|
| 1차 | 2012-11-28 | 50 → 25 | 3,600 BTC/일 → 1,800 BTC/일 | ~25% → 12% |
| 2차 | 2016-07-09 | 25 → 12.5 | 1,800 → 900 BTC/일 | ~8% → 4% |
| 3차 | 2020-05-11 | 12.5 → 6.25 | 900 → 450 BTC/일 | ~3.7% → 1.8% |
| 4차 | 2024-04-20 | 6.25 → 3.125 | 450 → 약 225 BTC/일 | ~1.8% → 0.9% |
즉, 2024년 현재 하루에 새로 만들어지는 비트코인은 약 225 BTC 수준이며, 이는 2012년 대비 16분의 1 수준입니다. 공급의 희소화는 가격에 장기적 상방 압력을 줄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단기 수요·거시 유동성·ETF 유입 등의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과거 반감기들의 가격 흐름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12년 1차 반감기 후 12개월 동안 비트코인은 약 +8,800% 상승했습니다. 2016년 2차 반감기 이후에도 약 +2,800% 상승했고, 2020년 3차 반감기 이후 약 18개월간 최고가를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의 4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ETF 승인과 매크로 유동성 축소가 동시에 작용하며 상승 속도가 느려졌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즉, 공급 요인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2. 채굴 구조의 변화 — 보상보다 수수료가 중요한 시대
2024년 4차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채굴자의 수익 구조입니다. 블록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채굴자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트랜잭션 수수료에서 얻어야 합니다. 반감 직후에는 룬즈(Runes)라는 신규 프로토콜 출시로 트랜잭션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수료가 급등했습니다.
당시 일부 블록에서는 채굴자 수익의 75% 이상이 수수료로 채워졌으며, 평균 수수료는 한때 140달러를 넘겼습니다. 이후 수수료는 10달러대까지 안정됐지만, ‘수수료 시장의 존재감’은 명확해졌습니다.

이 변화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경제적 자립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상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채굴자의 보상은 수수료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는 비트코인이 스스로의 트랜잭션 수요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가 되기 위한 구조적 실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반감기는 이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3. 수요 측면 — ETF 유입이 만든 새로운 ‘자금 파이프라인’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스팟 비트코인 ETF는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BlackRock(IBIT), Fidelity(FBTC), Ark(ARKB) 등 10여 개 ETF가 상장되었고, 이들은 매일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보유하면서 유입/유출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Farside Investors와 Bitbo 자료에 따르면 승인 이후 첫 해 동안 스팟 ETF 순유입 규모는 약 3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2025년 10월 한 주 동안에만 약 59억 달러의 신규 유입이 발생했을 정도로, ETF는 비트코인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특히 2024년 3월과 6월, 2025년 2월의 강한 순유입 구간마다 비트코인은 단기 상승세를 보였으며, 반대로 유출이 발생한 시기에는 조정이 깊어졌습니다.
이처럼 ETF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비트코인 시장의 ‘실시간 유동성 지표’로 기능합니다. 전통 자금이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수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자금이 빠져나가면 단기 조정으로 이어집니다. 2024~25년 사이클은 공급 축(반감)과 수요 축(ETF)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중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가격 사이클의 구조 — ‘공급 감소 + 수요 유입 + 심리’의 삼각형
비트코인 가격을 단순히 반감기 하나로 설명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대신,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맞물리며 사이클을 만듭니다.
① 공급 감소(공급 축) — 비트코인 반감기, 신규 발행량 감소. 공급 충격은 느리게 작용하지만 구조적 상승 압력으로 남습니다.
② 수요 유입(수요 축) — ETF, 기업 매수, 온체인 장기보유자. ETF 순유입이 재개될 때 가격 반등이 반복되며, 기관 자금이 유입될수록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③ 투자 심리(거시·행동 축) — 금리, 달러지수(DXY), 실질금리. 미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때,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재조명됩니다.
이 세 축의 교차점에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 사이클”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반감 → 상승’이었지만, 이제는 “ETF 순유입 재개 + 수수료 비중 상승 + 금리 완화”라는 복합 신호가 맞물릴 때 대세 상승이 나타납니다.
온체인 데이터상에서도 이런 변화는 뚜렷합니다. 2025년 들어 단기 보유자(STH)와 장기 보유자(LTH) 간의 미실현이익 격차가 크게 줄었고, 이는 시장의 과열보다는 재축적 구간으로 해석됩니다. 즉, 아직 사이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5. 현실적 해석 — 이번 사이클에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지표
1) ETF 일별 순유입/유출 가격보다 빠르게 시장 심리를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2025년 2월~3월 ETF 유입이 하루 10억 달러를 넘던 시기, 비트코인은 단기 급등했습니다. 반면 5월의 유출 전환기에는 15% 가까운 조정이 나타났습니다.
2) 트랜잭션 수수료/보상 비중 룬즈(Runes)·오디널즈(Ordinals) 같은 프로토콜의 확산이 블록 공간 경쟁을 강화합니다. 수수료가 전체 보상의 30~40%를 유지한다면, 채굴 생태계의 안정성은 오히려 높아집니다.
3) 해시레이트·채굴 난이도 반감기 직후에도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사상 최고치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채굴 인프라 효율성이 개선되고, 전력 단가를 낮춘 채굴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4) 매크로 금리 2025년 하반기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다면,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자금 유입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금리 하락기마다 강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5) 온체인 보유 기간 분포 장기보유(LTH) 비중이 70%를 넘을 때, 시장은 일반적으로 ‘공급이 잠겨 있는’ 상태로 진입합니다. 이는 향후 상승의 잠재력으로 작용합니다.
요약하자면, 비트코인 반감기 자체는 촉매에 불과합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 축보다 수요 축과 심리 축이며, 이번 사이클의 핵심 변수는 ETF 순유입의 방향성입니다.
6. 비트코인 반감기는 더 이상 “단일 이벤트”가 아니다
2024년 4차 반감기는 비트코인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습니다. 과거처럼 단순히 보상이 줄었다고 가격이 오르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ETF를 통한 제도권 자금 유입, 수수료 시장의 성숙, 그리고 거시금리 환경까지 함께 읽어야 ‘사이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더 이상 큰 폭으로 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요는 ETF, 기업, 개인, 국가 단위까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 두 힘이 교차할 때, 반감기는 여전히 강력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다만 이번 사이클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데이터로 시장을 읽는 투자자만이, 반감기의 진짜 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