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과 퇴직연금, 무엇이 다를까? (DB·DC·IRP 완전정리)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연봉으로 일해도, 어떤 제도를 적용받느냐에 따라 퇴직할 때 손에 쥐는 돈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전통적인 퇴직금제도뿐 아니라 DB형·DC형·IRP 등 퇴직연금 제도가 함께 쓰이다 보니,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떤 제도의 적용을 받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보자 분들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퇴직금 vs 퇴직연금(DB·DC·IRP)의 구조와 차이를 표와 그림으로 정리해 보고, 나에게 어떤 제도가 유리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준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한눈에 보는 퇴직금 vs 퇴직연금(DB·DC·IRP) 비교

먼저 전체 그림을 보면서, 네 가지 제도의 핵심 차이를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구분퇴직금 제도DB형 퇴직연금
(확정급여형)
DC형 퇴직연금
(확정기여형)
IRP
(개인형 퇴직연금)
퇴직급여 수준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연수)퇴직금 산식과 동일
※ 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
회사가 내주는 기여금은 확정
실제 퇴직급여는 운용수익에 따라 변동
여러 직장에서 받은 퇴직급여를 모아
본인이 운용, 수익에 따라 변동
누가 책임지고 굴리나회사(사용자)회사(사용자)근로자(본인)근로자(본인)
어디에 쌓이는가회사 내부(장부상 충당)금융기관(퇴직연금 계좌)금융기관(퇴직연금 계좌)금융기관(IRP 계좌)
수령 방식퇴직 시 일시금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일시금 또는 연금
주요 리스크회사 부실 시 체불 위험
별도의 운용수익 없음
회사가 제때 적립하지 않으면
제도 안정성 저하 가능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음
본인 운용 역량·상품 선택에 따라
성과 차이 크게 발생

이 표만 봐도 대략적인 구조는 잡히실 거예요. 이제부터는 각각을 차근차근 뜯어보면서, 나에게 어떤 방식이 더 맞는지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2. 퇴직급여의 기본 개념: 퇴직금과 퇴직연금의 큰 틀

먼저 퇴직급여라는 큰 틀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 노동법에서는 주당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퇴직할 경우, 사용자가 일정 기준에 따라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퇴직금 제도: 회사가 퇴사 시점에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지급
  • 퇴직연금 제도: 재직 기간 동안 금융기관에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

이름은 비슷하지만, “퇴직금을 회사 내부에서 장부로만 관리하느냐”“퇴직연금을 금융기관 계좌에 외부 적립해 두느냐”의 차이가 큽니다. 전자는 회사 재무 상태에 따라 체불 위험이 있고, 후자는 계좌에 쌓여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3. 퇴직금 제도: 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전통적인 방식

먼저 가장 익숙한 퇴직금 제도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퇴직금 제도에서는 근로자가 퇴사하면 사용자가 14일 이내(노사 합의 시 연장 가능)에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때 퇴직금은 통상 아래와 같은 산식으로 계산됩니다.

퇴직금 = 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연수)

  • 일 평균임금: 퇴직 전 3개월간 받은 임금 총액 ÷ 그 기간의 총 일수
  • 재직연수: 실제 근무한 기간(1년 미만은 월 수·일 수에 따라 비례 계산)

이 제도의 장점은 구조가 단순하고,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하면 목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퇴직금을 회사 내부에서만 관리하다 보니, 회사가 부실해지면 퇴직금을 제때 못 받는 체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4. 퇴직연금 제도: DB·DC·IRP 3가지 구조 이해하기

이런 체불 위험을 줄이고,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나온 것이 퇴직연금 제도입니다.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회사가 근로자 재직 기간 동안 금융기관(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 퇴직연금 부담금을 적립합니다. 이후 근로자가 퇴직하면 이 계좌에 쌓인 돈을 일시금 또는 연금 형태로 받게 됩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다시 3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 DB형(확정급여형): 근로자가 받을 급여 수준이 확정된 제도
  •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부담하는 기여금이 확정된 제도
  • IRP(개인형 퇴직연금): 여러 직장에서 받은 퇴직급여를 한 계좌에 모아 운용하는 개인 계좌

4-1. DB형(확정급여형): 퇴직급여가 ‘먼저 정해진’ 제도

DB형(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은 퇴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퇴직 시 받게 될 급여 수준이 법에서 정한 퇴직금 산식(평균임금 × 30일 × 재직연수)을 기준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는 제도입니다.

  • 퇴직급여의 계산 방식은 퇴직금 제도와 사실상 동일
  • 다만, 돈은 회사 내부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DB형 퇴직연금 계좌에 적립
  • 운용 결과가 나빠지더라도, 약속한 급여를 맞추는 책임은 회사(사용자)에게 있음

근로자 입장에서는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정적입니다. 대신 회사가 적자를 내거나 금리·수익률 환경이 나빠지면, 회사 입장에서는 연금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4-2. DC형(확정기여형): 회사는 일정 금액만 내고, 운용은 근로자의 몫

DC형(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은 말 그대로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얼마를 넣을지는 확정해 두고, 그 돈을 어떻게 굴려서 얼마를 만들지는 근로자 본인의 책임인 제도입니다.

  • 사용자는 매년 근로자의 임금 총액의 1/12 이상을 DC 계좌에 납입
  • 근로자는 이 돈을 예금·채권·주식형 펀드·ETF 등에 투자
  •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크게 늘 수도, 줄 수도 있음

젊고 투자에 익숙한 근로자라면, DC형은 “퇴직금을 위한 장기 투자 계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투자에 관심이 없거나, 계좌를 예금 위주로만 방치할 경우 퇴직금 제도·DB형 대비 불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4-3. IRP(개인형 퇴직연금): 이직·퇴직금을 모아두는 ‘내 이름의 계좌’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이름 그대로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IRP 계좌로 옮겨 두면, 세금 부담을 줄이면서 계속 운용 가능
  • 재직 중에도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가 납입 가능
  • 연금저축과 마찬가지로 세액공제(연금저축+IRP 합산 연 900만 원 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음

요즘처럼 이직이 잦은 환경에서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퇴직금을 소비해 버리기 쉽습니다. IRP는 이 퇴직금을 한 계좌에 계속 쌓아두고, 노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5. 어떤 제도가 나에게 유리할까? 상황별 체크 포인트

그렇다면 퇴직금·DB형·DC형·IRP 중 어떤 제도가 나에게 더 잘 맞을까요? 모두에게 정답인 제도는 없지만, 아래 기준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5-1.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면: DB형·퇴직금 제도

  • 한 회사에 오래 다닐 계획이고, 잦은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 투자에 큰 관심이 없고, “퇴직할 때 얼마를 받게 될지”가 더 중요하다면

이런 경우에는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거의 결정돼 있는 DB형 또는 전통적인 퇴직금 제도가 심리적으로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재무 구조, 퇴직금·퇴직연금 적립 상황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5-2. 장기 투자에 익숙하고, 스스로 운용하고 싶다면: DC형

  • ETF·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
  • 노후자금을 장기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DC형은 회사가 일정 금액을 꾸준히 넣어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장기 자동 투자 계좌가 됩니다. 특히 20~30대라면 퇴직 시점까지 투자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는 대신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5-3. 이직이 잦고, 퇴직금을 계속 모아두고 싶다면: IRP 필수

요즘처럼 3~5년 단위로 회사를 옮기는 분들은 퇴직금을 받을 때마다 소비하거나, 예금으로만 보관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IRP 계좌를 미리 만들어 두면,

  • 이직할 때마다 퇴직금을 IRP로 옮겨 한 계좌에 모아둘 수 있고
  • 연금저축과 함께 세액공제 혜택도 활용할 수 있으며
  • 장기적으로 노후 연금 재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6. 퇴직연금 운용 시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 3가지

제도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운용에서의 실수를 피하는 일입니다. 특히 DC형·IRP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아래 사항을 꼭 체크해 보세요.

6-1. DC형 계좌를 ‘예금 통장처럼’ 방치하는 경우

DC형 계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설정 상태(예금·MMF 등 안전자산 100%)로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경우 퇴직급여는 사실상 “회사에서 쌓아주는 강제 적금”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장기 투자라는 관점을 고려하면, 나이·투자 성향에 맞는 분산 투자 포트폴리오(TDF, 채권+주식 등)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2. IRP의 위험자산 한도를 몰라서 ETF 비중을 잘못 잡는 경우

IRP 계좌에서는 위험자산(주식형 펀드·ETF 등) 비중이 최대 70%, 한 종목(또는 동일 집합)의 ETF는 30%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됩니다(세부 규정은 금융회사·법령 기준에 따름).

이를 모르고 일반 증권계좌처럼 ETF를 100% 채우려고 했다가 주문이 안 들어가거나,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쏠리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IRP·DC 계좌를 개설했다면, 위험자산·안전자산 비중 제한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6-3. 중도 인출·해지 시 세금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 중도 인출을 하거나, 일시금으로 찾아 쓸 때는 기존에 받았던 세제 혜택을 다시 돌려줘야 하는 구조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 세액공제를 받은 원금 + 운용수익을 연금 외로 수령하면 16.5% 기타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음
  • 반대로 연금 형태로 나눠 받으면 3.3~5.5%의 연금소득세만 부담

장기적인 노후자금을 위한 계좌이기 때문에, 퇴직연금은 가능하면 건드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세제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7. 퇴직금과 퇴직연금, 구조를 알면 노후가 다르게 보인다

지금까지 퇴직금 vs 퇴직연금(DB·DC·IRP)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 퇴직금 제도는 회사가 장부상으로 쌓아두었다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 DB형 퇴직연금은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책임은 회사에 있습니다.
  • 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내주는 금액만 정해져 있고, 실제 퇴직급여는 운용 성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 IRP는 여러 직장에서 받은 퇴직급여를 한 곳에 모아 운용하는 “내 이름의 퇴직연금 통장”입니다.

결국 핵심은 “누가 책임지고 운용하느냐(회사 vs 나)”,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쌓아두느냐(회사 내부 vs 금융기관 계좌)”의 차이입니다.

연금저축·IRP·퇴직연금 제도를 잘 활용하면, 월급에서 빠져나간 돈이 언젠가 “노후의 월급”이 되어 돌아옵니다. 지금 내가 어떤 제도를 적용받고 있는지, 회사는 DB형인지 DC형인지, 퇴직금을 어떻게 받을지 한 번 점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댓글 남기기